봄내음은 꽃샘추위를 타고 by emilie

완연한 봄이라고 하기엔 꽃샘추위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날씨다.
겨울 외투를 옷장 한켠에 넣어야 하나 했는데, 고민이 길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인천, 엄마 가게에 와 있다.
바다 근처라 그런지 서울보다는 기온이 낮다.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 덕에 체감 기온은 실제 기온보다도 현저히 낮다.
춥다, 아직 겨울이 머물고 있구나.

이 쌀쌀한 바람을 뒤로한 채 엄마는 여행길에 올랐다.
행선지는 케이프타운, 정반대의 계절로 날아갔다.

20여 년간 운영했던 학원을 정리하던 날,
홀가분하면서도 어딘가 씁쓸해 보이던 엄마의 미소가 떠오른다.

누가 '아줌마'하고 부르면 본인을 부르는 지도 모르고 지나치던 엄마였는데,
이제는 볼록한 뱃살에, 간혹 흰머리도 눈에 띠는 나이가 돼버렸다.

엊그제, 공항에서 출국 전 밥을 먹는데 엄마가 말했다.

'1년 365일을 매일 같이 쉬지도 않고 일했는데, 여행가서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해야지.'

밥숟가락을 입에 넣다가 괜스레 눈물이 핑 돌았다.

쳇바퀴 굴러가 듯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게 싫다며 취직하고 머지 않아 회사를 나온 게 엊그제인데
매일을 일 년 같이, 일 년을 2, 30년 같이 살아온 엄마는 그동안 얼마나 고단했을까.

지금도 철이 바뀔 때마다 계절을 핑계 삼아 놀러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인데
엄마는 그런 마음을 다잡고 40여 년 매계절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2주간 가게를 봐달라던 엄마의 부탁에 덜컥 짜증부터 내버렸던 밤이 떠오른다.
일도 많고 바빠서 안 된다고, 엄마는 엄마 생각만 한다고, 그렇게 단번에 거절했는데
결국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엄마는 엄마 생각만 한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여 지금 엄마는 케이프타운에, 나는 인천의 엄마 가게에 머무는 중이다.

자식을 향한 사랑, 배려, 헌신, 책임감, 의무감.
어쩌면 나는 평생을 살아도 느끼지 못할 감정들이다.
자식을 갖는다 해도 그게 엄마의 감정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 말, 어떤 행동으로도 감히 비할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 정말 존경스럽다.
이번 여행이 즐겁고 무사하길 기도하며 탈없이 가게를 보고 있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효도겠거니, 하며 스스로 자위해 본다.

부디, 여행하는 동안은 엄마의 마음을 잊고 본인만의 행복을 만끽하고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