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14. by emilie

이 얼마만에 쓰는 포스트인지.
일을 시작하고 남긴 단 2개의 포스트가 바쁘고 바빴던 그간의 생활을 일축하는 느낌이다.
그래, 2014년 새해다.

뭐가 그리도 정신없이 바빴는지, 한해를 마감하는 포스트 하나 남기질 못했다.
하여, 작성하려는 오늘의 포스트.

(안녕, 2013.) 안녕, 2014.

지난 해를 되돌아 보자면, 참 나에겐 다사다난한 일년이었다.
생애 첫 입사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보람이 가득한 고생도 맛 보았고,
또 다른 발전을 위해 프리랜서 전향을 결심, 실행했다.
(1월 중순부터 프리랜서로써 일을 시작할 예정)

누군가 내게 지난 해를 어떻게 보냈느냐, 라고 묻는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뿌듯한 해였다고 답하겠다.

내 생에 무언가에 몰두해서 이렇게 매달리고 열심히 노력했던 적은 단언컨대 처음이었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도, 재수생 시절에도, '열심'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학교 때는 광클의 반열에 올라 4년을 내내 주3파로 강의'만' 듣고 사라지는 학생이었다.
(MT나 총회 술자리 등지에서는 간혹 아침 해를 동기들과 함께 맞이했더라는 후문이... 큼큼..)
아무튼, 어쨌든.
그만큼 성실과는 거리가 멀던 내가 지난 6개월간 얼마나 성실했던지.
이름을 김성실로 개명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이건 아닌가...=_=)
평균 13~14시간을 회사에 눌러 앉아 있었다.
투덜이 스머프마냥 불만을 여기저기 토로했을지언정
그래도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완수하고 퇴근길 발걸음에 미소를 얹었다.
이유는 딱 하나, 재밌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영상번역 업무로 입사했지만,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알다시피 본인의 업무'만' 진행하는 회사는 없다.
타인의 업무도 나의 업무가 된다.
영상번역은 물론, 번역 및 감수 일정 조정, 외주 업체 발주 및 관리, 납품 현황 관리, 외부 미팅 참석, 기획 등 세세한 업무까지 포함하면 정말 열손가락이 모자란다. (쓰다보니 이력서도 아니고, 참;;)

하지만 이런 다양한 업무를 통해 느낀점 또한 많다.
사소한 업무는 있지만 보잘 것 없는 업무는 없다는 것.
'내가 왜 이걸 해야 하지?'
'보지도 않을 기획안은 왜 작성하라고 한 거지?'
아무리 사소하고 필요없는 업무같아도
언젠가는 밑거름이 되고, 언젠가는 크나큰 사업의 자양분이 될 영양가 많은 업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맹점은 바로 '언젠가는'에 담겨 있다. '언젠가는'은 말 그대로 '언젠가는'.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점. ^^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럼 이렇게 재밌고 좋아하고 보람찬 일을 왜 뒤로 하였느냐.

모든 행동에는 대의와 명분이 따라야 한다.
아니, 행동이 대의와 명분을 따르는 것인가.

나의 대의와 명분이란 다음과 같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시야도 넓어지게 마련이고
넓어진 시야만큼 생각의 스펙트럼도 넓어지게 마련이다.
솔직히 조금 이른 감도 없진 않지만,
회사생활을 하며 삶의 전반적인 그림을 그리다 보니
내가 가야할 길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가야할 길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갈 길을 찾았다.

상사들은 모두 조금 더 두고 보자고 만류했지만
원채 한 번 내린 결심은 실행에 옮기고 해내는 성격인지라
결단과 실행을 제법 빠른 속도로 속전속결했다.

그리하여, 2013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나는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2014년 1월 13일부터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한다.

위의 두 줄이 2013년의 나와 2014년의 나를, 내 삶을 일축하는 문장이다.

2013년에 열심히 노력해서 가슴 벅찬 결실을 얻었으니
2014년에는 또 다른 노력으로 풍성한 빛을 채워갔으면 좋겠다.

매년 하는 말이다.
풍성한 빛, 풍성한 빛깔.
더욱 다채롭고 깊이 있는 색을 띠는 내가 되었으면.
그랬으면 좋겠다.

안녕,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