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독립, 홀로서기 by emilie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내 이름 석자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곧 4개월이다.

독립이라는 거창한 목표 아래 홀로 나와 살기 시작한지도 이제 곧 3개월.

인생에 나름 큰 변화라면 변화를 겪은 27세.

요즘 나는 급류를 타고 흘러가는 기분이다.

'너'는 듣는다. 하지만 '너희'를 듣지 못한다.

내 '일을' 한다.

그리고 내 '일만' 한다.

재능이란,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고 소설가 김중혁 씨가 말했다.

급류에 휩쓸려 허덕이기 시작할 무렵 읽었던 저 문구에 얼마나 또 단단히 마음을 다잡았던지.

선천적인 재능이 없으니 후천적인 재능이라도 키워보자는 마음으로 이를 악 물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새 다시금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이 길이 맞나, 이 일이 내게 맞는 일인가, 성과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일을 하고 있나, 잘 하고 있나.

그래, 잘 버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잘 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이런 사소한 의심과 질문에 답을 구하려는 생각 자체를 내려놓는 것이 나에 대한 배려를 내려놓는 것일까?

그렇다면 도대체 얼만큼, 언제까지 내려놓아야 하는 것일까?

시간만이 답을 내어줄 수 있는 끝없는 고민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메운다.

다시 월요일 아침이 되면 언제 그러했냐는 듯, 또 열심히 모니터와 씨름을 하고 있겠지만.

한숨에 써내린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니 숨 쉴 틈을 찾지 못하겠다.

이게 내 머릿속이려나, 답답한 마음이려나.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어서, 재미있는 일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흔히들 말하는 배부른 걱정을 하는 건가, 내가.

나중에 이 글을 보며 그래도 웃음이 나려나, 안쓰러운 마음에.

머리도, 마음도, 여유가 없다.

여유가 필요하다.